2022. 12. 30 - 새해 마지막 전날

이제 새해도 얼마 안 남았다. 일만 계속하다가 2022년의 마지막도 작년처럼 계속 일만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여유롭게 글을 쓸 줄이야... 정말이지 미래는 알 수 없다. 뜨거웠던 여름, 전국을 돌아다니며 프로그램 개발과 납품에 열을 올렸던 순간들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내가 몸담았던 의료분야는 개발 분야 중에서 정말 바쁜 곳 중에 하나다. 특히 의료재단 같은 경우 새벽에 검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늦은 밤까지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경우가 정말 많았다. 그 외 여러 종합병원, 대형병원들 역시나 쉽지 않았는데 병원 특성상 24시간 운영인지라 새벽에도 전화를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개인시간 거의 없이 개발에만 몰두해왔던 시간들이 어떻게 보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원동력이 아닐까?

요즘 들어 느끼지만 여유도 돈이 있어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돈도 없이 여유를 보낼 수 있는 건 솔직히

상상이 잘 안 된다. 주머니에 가진 돈이 백만원 밖에 없는데 편안하게 여유를 즐기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을까? 공부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지난 2년 반 동안 고생고생한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결국 오늘의 여유만들기까지 정말이지 많은 시간이 지났다.

 

누군가에게 2년 반은 굉장히 짧은 기간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일할 때만큼은 좀처럼 시간이 잘 가지 않는다. 물론 급박하게 일처리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무지하게 빨리 지나가기는 하지만 막상 일이 엄청나게 몰리고 잘 안 풀리는 경우에는 정말이지 시간이 빨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2년 반,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았던... 하지만 뭔가 아쉬움이 느껴졌던 그런 기간이었다. 2023년을 맞이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공부밖에 없다. 공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옛날에는 공부하지 않으면 뭐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하는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공부하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는 심정으로 공부에 임한다. 가뜩이나 물가도 오르고 생활수준도 더 각박해지는 마당에 공부마저 안한다면 희망을 죽이는 것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공부도 돈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 내 상황은 공부를 할 수 없을 만큼의 상황은 아니다. 천재가 되고 싶어서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따라잡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다. 뭔가 센세이션한 변화를 세상에 가져다주고 싶어서 공부를 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그보다는 내 자신의 인생을 정리된 모습으로 가꿔나가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난 가끔 개발이나 다른 공부를 할 때 회복이나 치료 목적으로 공부를 하기도 한다. 자가 심리 치료를 할 때 공부보다 좋은 건 없었고, 복잡한 생각이 난무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독서를 하거나 논리적 사고가 요구되는 공부를 했었다. (공부를 무척 좋아하거나 천재는 아니지만...)

 

뭐 어쨌든... 지금 나에게는 공부가 전부다. 나는 개발자이기에 개발 공부도 하지만 내년에는 그 외 다른 분야의 공부도 더 하고 싶다.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통찰과 제대로 된 인성, 도덕성까지 갖추어야 진정한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개발만 잘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을지 모르지만 윤리적인 부분까지 완벽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인간이지만 인간의 본성은 지극히 악하기 때문에 날마다 자기자신을 되돌아보며 내가 행하는 것들이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 늘 고민한다. 예전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지금도 개발을 잘하는 사람이나 블로그 운영 잘하는 사람들보면 부럽지만 그건 그 사람들의 인생이고 나는 나의 인생을 살면 된다. 근데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니 똑똑한 사람이 꼭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지혜는 지식으로 배울 수 없다. 사색을 해야 하고 자기만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지혜가 생긴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지혜로운 인생을 어떻게 하면 살아갈 수 있을지를 놓고 많은 생각과 도전을 해볼 생각이다.

 

2023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곧 있으면 12월 31일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알고보면 인생이란 고통으로 가득찬 것.

편안함이란 결국 고통이 다른 모습으로 둔갑한 것에 지나지 않은 것.

새해는 나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일까.

아니면 희망만 꽃피우면 살아가는 모습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열매가 넘쳐나는 모습일까.

 

 

2022년을 회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