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23 - 오늘은 어때(과거 회상 및 현재를 바라보다)

어느덧 2022년도 끝이 다가오고 있다. 뭐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2022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다. 한때는 편안하게 숨만 쉬면서 조용히 살고 싶었으나 그런 배부른 생각을 할 시간마저도 부족한 지금, 나의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를 틈날 때마다 생각하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인생 항해방향은 제대로 잡혀 있는가? 이런 생각들이 한편으로는 나에게 사색할 거리와 휴식을 주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걱정과 고민거리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더 낫다고 본다. 생각을 하지 않는 삶은 죽은 삶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기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데 과정이 생각만큼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나는 지금이 훨씬 좋다. 알고리즘 공부가 잘 안 돼도, 코딩테스트 성적이 좋지 않아도, 앞으로 진행해야 할 수많은 프로젝트 과제들과 취업준비에 활용해야 할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일복 넘치는 상황이 만족스럽다.

 

내가 다녔던 개발회사는 의료쪽 분야였는데 개인시간이 거의 없었다. 병원 특성상 24시간 항시대기이다 보니 전화가 밤이나 낮이나 계속 걸려왔다. 연마다 당직주가 10번 정도는 있었던 거 같은데 그 당직주는 거의 헬이었다. 자고 있다가 전화가 오는 바람에 다시 일어나서 노트북을 키고 AS를 했던 기억이 너무나도 많다. 그렇게 잠을 한 2~3시간 자고 일정 때문에 바로 버스와 지하철에 몸을 싣고 거래처로 출근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가능했나 싶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빠듯한 일정, 그렇다고 일정이 항상 정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주 거래처가 병원과 의료재단 쪽이다보니 본사에는 거의 있지 않고 거래처로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동하면서도 AS해달라는 전화, 프로그램 요구사항 전화가 빗발치듯이 쏟아졌다. 하루에 전화가 많이 올 때면 60~70통 가까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 담당병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전화는 끝도 없이 쏟아지니 일정이 바뀌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 회사에 2년 반 정도 있었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현업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고 코딩 감각을 익히기에 좋은 기회였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처음 들어갔을 때 사수분을 잘 만난 덕분에 개발에 대한 기본기를 어느 정도 숙지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누구에게 먼저 가르침을 받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만약에 사수나 상사의 업무스타일이 주먹구구식이라면 그 이후 자신의 업무 스타일도 주먹구구식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신입 때 처음으로 현장에 나가서 일을 배웠던 순간들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사수분께서는 그날 작업한 것은 항상 그날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당시 회사에서는 Git을 사용하지 않고 NAS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작업내역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으면 나중에 개발이나 AS할 때 굉장히 힘들어진다고 알려주셨다. 내가 개발한 코드나 작업한 내용을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참고하고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만약에 작업파일이 제대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평소에 작업파일을 잘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하신 그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래서 현장에서 일할 때마다 그 날 작업한 내용은 그때그때 정리했는데 중요한 내용 같은 경우 워드나 엑셀 양식으로 문서 정리를 했었다. 어떻게 보면 개발자는 개발만 잘해서는 안 된다. 개발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협업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발만큼이나 문서 정리도 잘해야 수준 높은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기나긴(?) 2년 반을 일하고 회사를 그만 둔 지금... 사실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된 개발경험을 하고 싶어서였다. 사실 회사를 다니면서 알았다. 개발자로서 경력을 잘 쌓으려면 무엇보다 현업에서 많이 활용되는 언어 툴을 제대로 다룰 수 있어야 하고 백엔드와 프론트엔드, DB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곳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개발자로서 지금 나는 성장하는 단계에 있다. 아직도 모르는 게 많고 가야 할 길도 멀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지금 개발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막연하게 개발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야 나중을 위해서라도 후회가 없을 것이다. 

** 하루가 지나고 또 다른 하루가 찾아오다 **

과거의 노력이 오늘의 여유를 만들었고

오늘의 고민이 미래의 모습을 그려준다네

 

연말이 되어서야 공부의 소중함을 알았으니

이보다 더 다행스러울 수는 없네

 

시작이 늦어도 끝은 언제나 밝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묵묵히 살아온 날들

 

곧 숫자가 바뀔 젊음

겉모습보단 마음으로 지켜야 하는 것

 

지금을 지혜롭게 사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