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2년 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부트캠프에서 교육받은지도 6개월이 지났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니 마음의 긴장이 풀린 나머지 거의 누워만 있었다. 평일 주말 구분없이 달려왔던 지난 6주가 벌써 이렇게 지나가다니... 그래도 무사히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기에 지금의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프로젝트 끝난 후 잠시 여유가 생겨서 지인들과 연락도 하고, 마음 편하게 야구경기도 봤다. 그렇게 지난 주말을 보내고 난 후에 맞이한 월요일, 잠깐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갔다 온 후에 마음 다잡고 취업준비에 전념해보려고 했으나 여전히 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전에 프로젝트 진행할 당시에는 거의 밤낮 없이 진행했는데 다시 생활루틴을 바꾸려고 하다보니 생긴 부작용인 듯 하다. 쉽진 않겠지만 생활루틴을 바꾸기 위해 오늘부터라도 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다시 들여야 할 것 같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코딩테스트, 포트폴리오, 이력서 등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이번 달 내로 몇 군데 지원해 볼 생각이다. 쉬는 기간동안 나는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했다.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과연 내가 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단순히 개발을 잘하는 것을 뛰어넘어 남다른 역량을 가진 개발자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놓고 사색을 하기도 했다. 개발은 유일하게 몰입의 평화와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요즘처럼 사회가 혼란스럽고 유혹이 많은 세상에서 온전히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것도 어떻게 보면 개발이 유일했다. 

 

어떤 언어로 개발을 하든 사실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옛날 골동품 언어가 아닌 이상 개발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개발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에서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재능있는 인재들이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과연 이 나라의 미래가 제대로 흘러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 소프트웨어 직종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높아졌지만 사실 이것도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나 싶다. 현재 시점에서 개발자 채용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개발자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을 업으로 삼기로 결심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그래도 묵묵히 개발을 하며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게 조금이라도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시작, 그 첫걸음이 가볍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도 나아가야 한다. 편안할수록 인생이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시행착오와 도전을 계속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설령 실패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사실 실패는 없다. 그냥 과정밖에 없는 것이다. 난 개발을 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스스로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회사 다닐 때에는 평일 주말 구분없이 개발 또 개발했다. 부족한 나에게 여러 경험을 하게 해준 개발이 어떻게 보면 나의 유일한 희망이자 생명줄이기도 하다. 솔직히 이거 말고는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실력도 있었지만 운도 많이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았으니까. 나를 도와주었던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개발자의 인생을 잘 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