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개발하는가, 개발이 좋아서 개발하는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를 개발자 열풍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정시에서 가장 인기있는 학과가 컴퓨터공학과라고 한다. 개발만 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일까? 우후죽순 생겨나는 코딩학원들은 개발자라는 직업이 전도유망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개발로 먹고 살기는 쉽지 않은데 말이다. 

 

초봉이 높다는 이유로 단지 미래가 밝다는 이유만으로 개발자라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한다면 개발자로 먹고 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만 바라보고 갔다가 망연자실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아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무엇보다 개발자라는 직종의 취업을 유도하는 환경과 분위기가 다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저기서 개발자를 하겠다고 지원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수요가 부족한 개발자 시장이 안정되는 건 절대 아니다. 사실 이런 개발자 열풍은 2000년대에 불었어야 했다. 지금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해외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공교육으로 자리잡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공교육으로 자리잡기는 커녕 이수시간도 몇 배로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 소프트웨어 공교육은 공교육이 아니다)

 

일단 현실은 이렇다. 그렇다면 지금의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과연 앞으로 이 나라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더 강해질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네카라쿠배라는 대기업들이 많이 성장했고 그만큼 채용도 많이 했지만 여전히 소프트웨어 시장은 아마존, MS, Google이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국내시장만 놓고 본다면 소프트웨어 분야가 많이 발전했을지 모르지만 범위를 확대하면 그렇지가 않다. 사실 이미 격차는 너무 많이 벌어진지라 따라잡기는 쉽지가 않다. 

 

소프트웨어의 역사는 사실 다른 분야에 비하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구글도 1990년대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등장했다. 최근 주목받는 인공지능의 개념도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생겨난 것이어서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시기는 7-80년대다. 처음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사람들은 어떠했던가? 그들의 시작은 지금 개발자를 준비하는 사람들과는 많이 달랐다. 그들은 컴퓨터를 좋아했다. 컴퓨터에 몰입했고 어떻게 하면 컴퓨터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계속했다. 스티브 잡스 자서전을 보면 스티브 워즈니악과 잡스가 시작했던 애플 이야기가 나온다. 애플은 원래 창고에서 시작한 회사였다. 지금이야 엄청나게 거대한 회사가 되었지만 초창기만 해도 그리 큰 회사는 아니었다. 오히려 IBM이 그 당시에는 엄청나게 큰 회사였다. 사실 애플이나 구글이 탄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생각해보면 '천재'라는 키워드 밖에 떠오르질 않는다. 괴짜에 가까운 천재들... 처음부터 그들이 잘 나갔던 것은 아니었다.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노력이 지금의 애플과 구글이라는 브랜드를 고유명사화 시킨 것이다.

(애플과 구글을 모르는 사람은 전 세계에 거의 없다)

 

돈을 많이 버는 개발자, 그리고 개발을 잘해서 돈을 많이 버는 개발자. 이 둘 중에서 아마 사람들이 되고 싶은 개발자는 후자일 것이다. 개발을 잘하고 싶다... 그럼 어떻게 하면 개발을 잘할 수 있을까... 개발실력이 아직 부족한 나로서도 이 질문은 쉽게 답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것보다는 던지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에 계속 물어보고 또 물어본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개발을 한다면 그건 아니라고 본다. 개발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개발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고급 인력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양산하듯이 수요에 맞추기 위한 나머지 찍어내기 식으로만 개발자를 양성한다면 오히려 역방향으로 발전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입시 관련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거기에선 학원을 다니지 않았는데 오히려 성적이 늘었다는 사례를 설명해주었다.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었다. 자기 스스로 고민해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이 중요한데 너무나 많은 시간을 학원이나 다른 교육기관에서의 강의와 교육자료에 비중을 두다보니 자기공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개발도 마찬가지다. 아예 개념이 없거나 자기가 부족한 부분은 강의를 참고하거나 유용하게 활용하면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최대한 자기 스스로 고민해보고 개발하는 시간의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 사실 회사 다니면서 개발하다 보면 이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회사 업무에 지친 나머지 개인 프로젝트보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더 급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중가면 회사에서 경력이 쌓여 회사일은 효율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자기 스스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 쉽지 않다는 걸 체감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개발자 열풍, 소프트웨어 역사들을 돌아보며 과연 돈 때문에 개발하는 건지 개발이 좋아서 개발을 하는 건지에 대한 주제로 글을 적어봤다. 확실한 건 우리나라와 미국의 개발 현실은 많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개발 스타터들을 벤치마킹위한 최적화를 계속해왔고 그렇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공을 통해 개발자라는 직업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라고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개발자를 지망했다. 하지만 과연 이게 좋은 현상일까? 그저 돈을 벌기 위해 개발자를 하는 사람들이 개발이 좋아서 개발을 하는 사람들보다 많다면 소프트웨어 분야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돈과 물질이 동기부여가 되는 것들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돈과 물질을 넘어서는 계획과 목표,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능력은 돈으로 살 수 없기에 일을 즐기다 보면 자신의 가치는 반드시 올라간다.
- codesche